《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2022년 개봉한 미국의 다니엘 콴(Daniel Kwan)과 다니엘 쉐이너트(Daniel Scheinert) 공동 감독 작품으로, 멀티버스를 소재로 한 독창적인 SF 액션 코미디 드라마다.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큰 화제를 모았으며, 한국계 배우 미셸 여(양자경)의 생애 최고의 연기력을 만날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영화는 ‘평범한 중국계 미국인 여성’ 에블린이 멀티버스의 수많은 ‘자신’과 연결되며 겪는 정신적, 감정적 여정을 통해 정체성, 가족, 삶의 의미를 조명한다. 기존의 히어로 서사나 SF 장르 문법을 전복하면서도, 이야기의 중심에 가족과 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배치함으로써 전 세계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주제 면에서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절망 속에서도 사랑과 이해가 유일한 해답”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영화는 정신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편집과 형식 실험, 장르를 넘나드는 스타일,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인해 관객에게 혼란스러우면서도 감정적으로 강렬한 경험을 선사한다.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는 이 작품은 시청자에게 복잡한 세상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게 만드는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이 삶은 어떤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이 영화의 핵심이며,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 그 이상으로 다가온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주인공은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중국계 이민자 에블린 왕이다. 일상의 반복과 세금 문제, 남편 웨이먼드와의 갈등, 아버지의 기대, 딸 조이와의 세대 차이로 인해 에블린의 삶은 갈등과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다. 어느 날 국세청 감사관을 만나러 가는 중, 그녀는 갑작스레 멀티버스의 수많은 평행세계와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멀티버스에서는 무수히 많은 버전의 에블린이 존재하며, 각각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떤 에블린은 무술의 달인이며, 어떤 에블린은 유명한 배우, 어떤 세계에선 바위로 존재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가능성의 중심에는 조부투파 키키라는 존재가 등장하는데, 그는 에블린의 딸 조이의 또 다른 버전이다. 이 조부투파는 모든 우주의 지식을 흡수하며 무의미함에 빠져 절망하고 있으며, 어머니인 에블린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 존재다.
에블린은 이 조부투파와의 대립 속에서 자신이 왜 수많은 세계 중 ‘이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지, 그리고 무의미해 보이는 삶 속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영화는 단순한 SF 설정을 넘어, 정체성의 위기, 세대 간 갈등, 부부 관계, 존재론적 허무주의 등 철학적 주제를 폭넓게 탐색한다.
에블린은 평범한 이민자 가정의 가장으로, 남편 웨이먼드와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나 그녀의 일상은 점차 무너지고 있었다. 세금 보고 문제로 국세청과 마찰을 빚고, 남편과의 소통은 단절되어 있으며, 딸 조이는 동성애자임을 부모에게 드러내며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하는 후회에 시달린다.
국세청 사무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남편 웨이먼드는 돌연 낯선 인격으로 변하며 그녀에게 ‘멀티버스’를 설명한다. 그는 다른 우주의 웨이먼드로, 에블린에게 지금의 자신이 ‘특별한 존재’이며 곧 거대한 위협이 닥칠 것이라 경고한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워하던 에블린은 점차 현실과 멀티버스가 뒤섞이는 경험을 하게 되고, 자신이 다른 우주에서 무수한 능력을 지닌 존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국세청 감사관 디드리와의 면담 도중, 에블린은 다른 세계의 능력을 발현하며 혼란을 야기한다. 이 장면에서 영화는 빠르게 장르를 전환하며 액션, 코미디, SF 요소를 넘나들고, 관객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이야기에 휘말린다. 현실과 판타지가 충돌하는 순간, 에블린은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질문을 품기 시작한다.
에블린은 멀티버스 전쟁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녀는 다양한 우주에서 다른 자신들의 기억과 능력을 흡수하면서, 점차 무기화된 존재로 성장한다. 각 세계의 에블린은 극단적으로 다르며, 이들은 에블린이 어떤 가능성을 포기하고 살아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술 고수, 요리사, 손가락이 핫도그인 세계의 예술가 등 다양한 자아를 통해 영화는 정체성의 다층성을 제시한다.
동시에 등장하는 조부투파 키키는 모든 세계를 인식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삶의 의미를 상실한 존재다. 그녀는 도넛 모양의 블랙홀 ‘베이글’을 만들어 세상을 집어삼키려 한다. 이 베이글은 모든 것을 집어넣은 결과 아무 의미도 남지 않는 허무를 상징한다. 조이는 결국 어머니에게 인정받지 못한 상처와 무의미에 대한 절망으로 인해 조부투파가 된 것이다.
에블린은 이 강력한 존재를 상대하면서 점차 다른 방식의 싸움을 선택한다. 폭력이 아닌 이해, 파괴가 아닌 연결을 통해 조부투파에게 다가가려 한다. 이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와 연결되며, 극단적인 허무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으로 ‘사랑’과 ‘수용’이 제시된다.
조부투파 키키는 결국 에블린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자고 제안한다. 이 모든 혼란, 고통, 선택의 무게에서 벗어나자는 유혹이다. 그러나 에블린은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지금 이 자리, 이 가족, 이 삶이 자신에게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른 삶을 선택했다면 화려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이 누구인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자각하게 된다.
이후 에블린은 모든 세계의 자신을 연결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대로의 존재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남편 웨이먼드의 다정함, 조이의 정체성, 아버지의 보수성까지 모두 받아들이려는 에블린의 변화는 눈물겹다. 그녀는 더 이상 이상적인 삶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 대신 현실의 모순과 불완전함을 끌어안는다.
결국 조이 또한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조부투파라는 정체성에서 벗어나 에블린과 다시 관계를 맺게 되는 과정은 가족 드라마로서 이 영화의 정점을 찍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가족은 다시 국세청을 방문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전과 다르게 변화해 있다.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비록 혼란스러운 세상 속이라도 함께 살아가려는 결심이 이 영화의 결말을 장식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단순한 멀티버스 액션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현대인의 정체성 혼란, 가족 관계의 균열, 세대 간 갈등, 존재의 허무와 의미 추구라는 철학적 질문을 감각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예술작품이다. 무한한 가능성과 선택의 압박 속에서 ‘지금 여기의 삶’을 긍정하는 이 영화는, 코로나 시대 이후의 혼란과 불안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강한 공감과 위로를 준다.
미셸 여는 다양한 정체성과 감정을 넘나들며 강인한 여성상을 완성해냈고, 키 호이 콴의 연기는 웨이먼드라는 캐릭터에 놀라운 깊이를 부여했다. 특히 영화 속 ‘친절함을 무기로 사용하는 방식’은 관객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기술적으로도 영화는 편집, 사운드, 미장센 등 모든 부분에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실험적인 서사 구조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이 영화는 단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보다, ‘그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느끼고 깨닫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화려한 멀티버스 속 설정은 결국 인간 내면의 불안, 욕망, 관계를 비추는 거울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거울 속에서 관객은 결국 자기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된다. 넷플릭스를 통해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 지금, 우리는 또 한 번 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갈 작은 용기를 얻게 된다. 그것이 이 영화가 진짜로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 아닐까.
⭐⭐⭐⭐☆ (4.5/5)
혼돈 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의미, 멀티버스가 던지는 가장 인간적인 질문.
기발함과 감동을 모두 담아낸 감성 폭발 SF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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